CES 2026 현장 리포트 혁신과 괴짜스러움 사이를 줄타기하는 가장 이상한 기기
매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CES는 전 세계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야심작을 뽐내며 미디어와 대중을 매료시키는 장입니다. 돌돌 말리는 OLED 스크린이 거대한 크기로 펼쳐지는 장관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두 살짜리 아이보다 빨래를 못 접는 가정용 로봇의 어설픈 몸짓에 헛웃음을 짓기도 하죠. 하지만 점점 더 얇아지는 TV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스마트 냉장고의 홍수 속에는 조금 더 기묘하고 독특한 제품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창의성에 감탄하게 하거나, 혹은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멍청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합니다. 사실 이번 리스트에 포함된 수많은 컨셉 제품 중 상당수는 실제 시장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명백한 전략이고, 어떤 것은 기능이 대폭 수정된 후 출시될 프로토타입이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런 기괴한 제품들이야말로 CES의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니까요. 이번 전시회에서 제 시선을 강탈한 가장 이상하고 특별한 가젯들을 소개합니다.
당신의 건강을 가장 은밀하게 감시하는 카메라 Throne One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자기 계발 정량화’ 운동은 일상의 모든 것을 데이터로 측정하려는 시도를 낳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 마신 횟수부터 아기 기저귀를 간 시간까지 모든 것을 기록하죠. 그러니 인간의 장 건강이 이 데이터 게임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Throne Science가 선보인 ‘Throne One’은 변기 옆면에 장착하는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네, 맞습니다. 변기 안을 촬영하는 카메라입니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대변과 소변 습관을 분석하여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알림을 줍니다.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거부감부터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장 건강은 수많은 질병의 초기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간과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대변의 색이나 농도 변화는 대개 식단 때문이지만, 지속적인 이상 징후는 심각한 질병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Throne One은 400달러라는 가격에 월간 구독료까지 요구하는데, 과연 사용자들이 이 ‘거북함’을 극복하고 매달 돈을 낼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건강에 진심인 분들에게는 이보다 더 정확한 분석 도구도 없을 것 같네요.
인공지능이 영혼을 가진 반려 인형으로 Lovense Emily
성인용 기술 기기 제조사인 Lovense가 개발한 ‘Emily’는 실물 크기의 실리콘 반려 인형입니다. 단순히 외형만 갖춘 것이 아니라 매혹적인 음성 AI와 표정을 구현하는 페이셜 모터, 몸 전체에 박힌 센서를 탑재하고 있죠. 웹에 연결되어 다섯 가지 성격과 역할극 시나리오를 제공하며, 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상 복제본 덕분에 외출 중에도 스마트폰 앱으로 그녀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Emily가 이전 대화 내용을 모두 기억하여 미래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영화 ‘헤르(Her)’나 ‘블랙 미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심지어 본체가 고장 나면 그녀의 인격(데이터)을 새로운 몸체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영생의 개념을 인형에 도입한 셈입니다. 최종 가격은 4,000달러에서 8,000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술적으로는 대단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저조차도 가늠하기 어렵군요.
주문형 예술 작품을 보여주는 SwitchBot AI 아트 프레임
생성형 AI로 만든 예술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누군가는 혁신이라 칭송하고, 누군가는 인간의 경험 가치를 훼손하는 사회의 몰락이라고 비판하죠. 사실 디지털 액자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10년 전에도 구독형 아트 액자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생성형 AI와 결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SwitchBot의 AI 아트 프레임은 사용자가 원하는 주제와 스타일을 입력하면 즉시 개인화된 예술 작품을 생성하여 전자잉크(E-Ink) Spectra 6 스크린에 띄워줍니다. 기술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이 화면은 마치 실제 종이에 인쇄된 그림 같은 질감을 줍니다. 7.3인치 모델이 150달러에 판매 중이며 대형 모델들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 SwitchBot은 원래 버튼을 대신 눌러주는 작은 기기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예술이라는 고차원적인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네요. 이상하게도 이 제품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책상 위에서 즐기는 홀로그램 애니메이션 Razer Project Ava
전 세계적인 외로움의 유행 때문일까요? 올해 CES에서는 유독 가상 반려 기기들이 많이 보입니다. 게이밍 기어의 강자 레이저(Razer)가 선보인 ‘Project Ava’는 Grok AI로 구동되는 게임용 코파일럿입니다. 책상 위 원통형 케이지 안에 갇힌 작은 애니메이션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죠.
사실 이런 형태의 기기는 과거에도 일본의 게이트박스(Gatebox) 등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AI 음성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다릅니다. 레이저는 이 인공지능 소녀가 사용자의 게임 성과에 반응하거나, 게임을 하다가 막혔을 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레이저 제품답게 화려한 RGB 조명이 번쩍이는 것은 덤이고요.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어 대중의 선택을 받을지, 아니면 인플루언서들의 리뷰용으로 끝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입안에서 들려오는 음악 Lava Lollipop Star
골전도 이어폰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하실 겁니다. 귀 주변 뼈를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Lava의 ‘Lollipop Star’는 이 기술을 치아에 적용했습니다. 네, 사탕을 빨거나 깨물면 그 진동이 턱뼈를 통해 소리로 전달됩니다.
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소리가 다소 웅얼거리고 작게 들린다고 합니다. 음악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음질과 음량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기술적인 과시용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더욱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나 식기조차 규제하는 세상에서, 일회용 사탕 막대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내장했다는 점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꽤나 논란이 될 법합니다. 개당 9달러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과연 사탕 하나를 먹으려고 이 돈을 쓸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지는군요.
실수 없는 셀프 이발을 위한 Glyde AI 이발기
AI 이발기는 올해 예상치 못한 복병 중 하나였습니다. 사용자가 전용 앱으로 자신의 두상 형태를 스캔하고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 후 보호 마스크를 쓰고 이발기를 머리에 대고 움직이기만 하면 끝이죠.
실시간 센서가 칼날의 속도, 기울기, 각도를 감지하여 프로그래밍된 스타일에 맞춰 절삭 길이를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흔히 말하는 ‘페이드 컷’처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머리 모양도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만약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잘못된 위치가 감지되면 칼날이 자동으로 안으로 들어가 실수를 방지합니다. 150~200달러라는 가격표를 생각하면, 미용실 몇 번 갈 돈으로 평생 셀프 이발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CES 2026 주요 기괴 가젯 비교 분석
| 제품명 | 카테고리 | 핵심 특징 | 예상 가격 | 실용성 지수 |
| Throne One | 헬스테크 | 변기 부착형 변 분석 카메라 | $400 + 구독료 | 보통 (건강 지표) |
| Lovense Emily | 반려 로봇 | 인격 저장 및 기억 공유 AI 인형 | $4,000 – $8,000 | 낮음 (심리적 장벽) |
| Lollipop Star | 엔터테인먼트 | 치아 진동 골전도 음악 사탕 | $9 (개당) | 매우 낮음 |
| Glyde | 미용 | 두상 감지 자동 칼날 조절 이발기 | $150 – $200 | 높음 (가성비) |
| Cyber X | 가전 로봇 | 로봇청소기를 계단 위로 옮겨주는 보행 로봇 | 미정 | 보통 (계단 극복) |
계단을 오르는 무서운 짐꾼 Dreame Cyber X
로봇청소기는 그동안 계단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Dreame의 ‘Cyber X’는 이 문제를 아주 독특하고도 무서운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네 개의 다리가 달린 이 기체는 마치 작은 사슬톱이 달린 짐승처럼 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Cyber X 자체가 청소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기체는 일종의 수송용 기지입니다. 청소기가 이 기체 내부로 들어가면, Cyber X가 다리를 이용해 계단을 올라가 다른 층에 청소기를 내려놓습니다. 즉, 청소기를 옮겨줄 뿐이지 본인이 계단을 청소하지는 못합니다. 기술적 집념은 대단하지만, 집에 이런 기계가 돌아다닌다면 강아지나 아이들이 공포에 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디자인입니다.
빨래 접고 크로와상을 차려주는 LG CLOiD
LG전자의 ‘CLOiD’는 집안의 가전제품들을 조율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LG의 ThinQ 생태계와 연결되어 가전들을 제어하죠. 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복잡한 지형이나 문턱은 넘지 못하지만, 천천히 빨래를 접거나 접시 위에 크로와상을 올려두는 정도의 간단한 조식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단계에서는 프로토타입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돌봄 서비스 비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노약자를 지원하는 ‘앰비언트 케어 에이전트’로서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뽐내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제품입니다. 윙크를 하거나 하트 이모티콘을 얼굴에 띄우는 귀여운 소통 기능은 덤이죠.
말로만 “따라와” Hisense S6 FollowMe 스크린
우리는 가끔 거실에서 축구 경기를 보다가 맥주를 가지러 주방에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TV가 나를 따라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Hisense는 이런 니즈를 공략하듯 ‘FollowMe’라는 이름의 TV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이름과 달리 전동 장치가 없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밀어서 옮겨야 하죠.
그저 바퀴 달린 스탠드 TV일 뿐인데 ‘FollowMe’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 이번 CES의 가장 황당한 혁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웹캠과 배터리가 내장되어 전선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굳이 이 제품을 사야 할까요? 50달러면 살 수 있는 바퀴 달린 TV 스탠드가 이미 시장에 널려 있으니까요.
기술의 종착지는 결국 인간의 필요입니다
이번 CES 2026에서 본 이상한 가젯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어떤 기술은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기술은 그저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해보려는 치기 어린 시도에서 멈췄습니다.
변기 카메라가 우리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AI 반려 인형이 누군가의 지독한 고독을 달래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환경을 파괴하는 일회용 배터리 사탕이나 이름만 혁신적인 바퀴 달린 TV 같은 제품들은 우리가 기술의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고민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이 제품들은 혁신인가요, 아니면 그저 비싼 장난감인가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